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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되고 나서

by 몽키키 2025. 3.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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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시작하고 나서 처음으로 나의 생각과 감정에 대해 적어보는 글이다. 어느새 나이 서른 중반, 남편과 나는 어린 나이에 없이 결혼을 시작했던지라 매매로 장만한 집 대출을 매달 갚아나가는 것이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나 같은 완벽한 J의 성향을 가진 사람은 더욱이. 그렇게 열심히 직장을 다니고 있던 와 중 결혼하기 전 남편과 얘기했던 아기를 낳겠다던 나이가 되었다. 상세히 말하면 윤대통령 때문에 1년 더 벌었다.

 

그렇게 계획적으로 임신을 하고, 육아휴직을 준비하면서도 출산지원금, 육아휴직급여, 부모급여 등등 여러 지원금들을 계산했고 육아휴직 기간인 1년 3개월의 생활비, 적금을 상세하게 계획했다. 그래도 우리 부부가 7년간 결혼 후 열심히 모은 티끌이 조금의 점은 된것 같아 편하게 임신 생활을 이어갔다.

 

32주가 넘어가며 출산 준비를 시작했다. 왠걸, 아기 용품이 이렇게나 다양하고 비쌌다니 이 정도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너무 구매할 게 많았다. 그래도 아기한테 좋은 것만 주고 싶은 마음으로 하나하나 알아보고 구매하고 당근마켓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게다가 화룡점정 엄마의 큰 욕심 "예쁜 원목침대" 도 구매했다. 20살까지 쓰거라 아들아..

우리 아기 태어나기 전 부터 엄마가 다 정해둔 채로 살게 생겼다.

극 "T" 성향이 강한 나로서는 출산이 막 그렇게 기쁘거나 감동적인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 없이 살았는데, 아들이 나와서 응애 하면서 우는데 눈물이 주륵흘렀다. 내 배에서 아기가 나오다니, 게다가 남편이랑 똑같이 생겼다니 참 신기하다. 이때 정말 인체의 각종 신비로운 일들을 겪고, 유전자의 힘도 대단하다고 느꼈다.

 

본능으로만 살아가는 아기, 할줄아는것이 하나도 없는 우리 아기, 사실 힘들 줄은 알았는데 이기적으로만 살아온 나는 이렇게 까지 힘들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우리 부부는 하루하루 잠에 허덕이는데 아기는 하루가 다르게 커간다. 엄마 아빠 귀에는 밖에서도 환청처럼 너의 울음소리가 들렸단다. 점점 눈에 초점이 맞아가며 나를 쳐다보는 아기를 보는데 보기만 해도 눈물이 흘렀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가 있다니, 평생 최선을 다해 지켜주리라고 다짐 또 다짐했다.

 

누군가의 엄마로 불리는게 아직은 많이 어색해서 나를 부르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예전에는 아기 우는 소리가 듣기 싫었는데, 아기 우는 소리만 나도 쳐다보게 되고, 다들 사랑스러워 보인다. 드라마나 영화에도 모성애가 나오는 장면, 다큐멘터리, 특별할 것 없는 부모와 자식 간의 장면만 봐도 너무 공감이 되고, 마음이 시리고 눈물이 난다. 오늘 아침 아이유, 박보검이 나오는 "폭싹 삭았수다"라는 드라마를 보며, 1화 시작 10분 만에 눈물이 그렇게 났다.

 

이렇게 감성적일수만 있는 시간은 없다. 아가를 위해 육아를 하는 것도 시간이 부족하지만, 이제 직장에도 가야 한다. 올해부터 어린이집을 갔는데 보낼 때마다 마음은 좋지 않은데, 집에 돌아오는 길은 입꼬리가 슬슬 올라간다. 이제 엄마도 엄마 인생 다시 살아볼게! 엄마 원래 워커홀릭이었단다. 다시 일도 열심히 해서 인정받고, 돈도 많이 벌어올게! 우리 아가한테도 소홀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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